신포동 다복집

신포동 다복집

다복집 아저씨의 사진을 찍으려고 무려 20여번 도전을 했지만, 매번 “이놈이” 하고 화만 내셨다. 그러던 어느 날 낮에 혼자 계신 것을 보았다, “아저씨 한번만 찍어요…” 했더니 가만히 계셨다. 다른 때 같으면 화를 내셨을 텐데. 물었다, 아주머니 어디 계시냐고, 방앗간에 가셨다기에 택시를 타고 모셔왔다. 아주머니가 양복을 가지고 내려왔다. 마지막 저항을 한번 하시고는 나를 굳은 표정으로 노려보셨다.

고 최승렬 선생님과 시인 김윤식 선배님의 다복집 사랑이 나를 찍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해 다복집에서 화가 김진안과 조각가 배진호가 주축이 된 예술가들이 모인 “사람과 사람” 전시를 했었다.

다복집 아저씨 돌아가신 후 우연히 낮에 다복집에 들렀다 마침 감자를 쪄서 식히는 중이었다. 어둠속에서 감자를 본 순간 아름다움을 느꼈다. 어둠속 깊은 곳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교통사고로 죽은 신포동 방앗간 집 아들 친구 명선이 생각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명선의 대건학교 친구들이 자주 다복집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

족발이 끝내주고… 함박스텍이 어쩌고… 옛날생각을 했다…

스지탕의 재료인 뜨거운 감자를 보면서…
옛날세대와 나와 젊은 세대들이 감자를 통해서 하나가 되는 것 같았다.

올해 다복집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다복집의 오래된 물건들이 나를 다시 사진을 찍게 한 것이다. 그 집 물건들을 찍어 그 장소에서 전시를 연 것이다.

밖에 있는 서리낀 안주 냉장고, 스지탕 냄비들, 오래된 찬장, 저울, 칼, 식탁, 의자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두 달을 다복집에 출근했다. 사람들이 없는 낮에 그 물건들과 어둠속대화를 한 것이다.

전시가 끝난 지금 그 집에는 돌아가셨지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최승렬님의 웃는 얼굴사진과 사장 한복수님의 노려보는 얼굴사진이 있다. 다복집이 계속 영업을 하는 한, 우리는 그곳에 가면 언제나 욕심 없는 그분들의 사진을 보고 웃을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김보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