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집 : 양키시장

환한 어둠이 살고 있는 장소_양키시장

이세기(시인)

송현동 100번지 사람들
골목 안이 환하고 어둡다. 환한 어둠이 살고 있는 집이란 이런 곳이다. ‘양키’라는 물건이 살았던 송현동 100번지, 양키시장, 나는 이 장소를 사랑한다. 그 맞은편에는 수도국산이 있다. 피난민들이 살던 판잣집이 즐비했던 곳이다. 지금은 아파트촌이 들어앉아 송현동 100번지와는 대조적이다. 얼기설기 얽혀 깡통시장, 화장품시장, 군복시장, 쌀가게, 반찬가게, 어물가게, 순댓국 골목으로 영화를 누렸던 곳이 이제는 허름하게 변했다. 도심 속 오지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골목 초입에 들어서자, 장맛비가 휩쓸고 간 자리는 흡사 뚝뚝 떨어지는 눈물 같다. 허공에서 검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허공, 그러니까 천정, 지상보다는 천상이 좀 더 가까운 천정에서 사람의 눈물이 떨어진다. 어둡고, 환한 곳이다.

저 환한 어둠을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궁금하다.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낡은 슬레이트 천정 아래 늙은 노인이 누워 있다. 한 평 남짓한 공간, 0.75평의 독거 방이 저런 모습일 것이다.

죽음을 기다리는 눈빛이 이런 것인가. 형형하다. 어둡고 어두워 마침내 뚫린 천정에서 쏟아지는 흰빛으로 누워 있는 방 안이 환한다.

빗줄기가 거세서일까,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길이 끊긴 적막이 이런 것이다. 안과 밖의 적멸이 지나가는 길이 저런 것일 것이다.

질척하게 젖은 골목길에 들어선다. 골목 안쪽에 알전등 몇 개가 켜져 있다. 텅 빈 공간, 사람의 발길이 없다. 휑하다